◆밭에 가 보면 속상해요
비가 너무 와서 밭에 가 보면 속상해요. 콩도 다 업퍼지고, 깨도 다 썩어지고, 고추도 말목이 다 부러지고, 고추는 다 썩어지고, 밭에만 가면 너무 짜정이 났지요.
요노무 비가 언제나 끄치 나는지 하나님도 무심하다고 말하고 십었지요.
비 쏘다지는 소리 날 때마다 걱정입니다.

봄서붓터 오늘날까지 매고, 가꾼 곡식 다 버려짓네. 고추는 고랑이 벌것게 썩어 떨어지고, 딸나고 만지면 덜석덜석 떨어지고, 밭뚜가언 진질 무너지고, 밭에 흑언 다 떠내려가고 돌만 엉성하게 남아있고, 밭에 가 보면 너무 속상합니다.

너무 논에서는 방천이 나서 우리 밭티로 물이 줄줄 네려가고, 밭에 흑도 남에 논에로 다 떠내려가고, 막도 안고 그래 두어서 내가 막아 녹고 왔넌데 그래도 할 말이 있얼까요?
이번만 그렁기 아니라 가문때도 번번이 논 물고도 밭테로 대는 사람도 있어요.
너무 속상해요.
일일이 말 못하고 속상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빈번하게 그렀치요.

배덕임(72, 동향 학선리 봉곡)
 

▲ 이번 폭우로 많은 고추가 떨어져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물이 불어 잠 못 이루는 밤
8월17일은 비가 안오고 햇빗이 났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추가 다 골코, 고추끝이 벌어지고 해서 다 퍼다 버렸다.
속상해 죽겠다.
나 혼자서 하루종일 땄어도 못 다 따서 그 다음날 한 나절을 땄다. 이렇게 딴 것을 다 퍼다 버리다 십이 했다. 얼마나 속상한지 말로는 표를 못하겠다.

고추농사 진다고 트리타로 밭 갈고, 고랑타고, 한 품삭 주고 거름사고, 비료사고, 농약 비싸고 이렇게 해서 늙은이가 고추 농사 했는데 이렇게 다 썩어 버려서 속상하다.
앞으로는 제발 날씨 좀 좋아쓰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쪼금 주실라고 비를 많이 네리게 하셨는데, 하나님께서 주시는 데로 바들 뿐이다.
밭에 콩도 다 쓰러지고, 깨도 쓰러져서 피해가 많다.

옛날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장마에는 다 녹아저서 종자도 업다라고 말씀하셨고, 가뭄에는 종자는 나온다는 속담말씀처럼 그 말씀이 생각난다.
비가 많이 온 날 8월14일 날 밤 8시에서 9시30분이 넘도록 비가 바가지로 퍼붓는 것처럼 와서 묵덕물이 많이 부러서 독이 궁굴어 가는 소리가 덜콩덜콩 하는 소리에 잠을 못 자고 나와 보니까 제방은 잘 싸서 겐찬은데 다리 밑이 마켜서 우염한 생각이 들었다.

정이월(73, 동향 학선리 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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