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전래동화 - 필리핀 편
정세리(필리핀)

어느 마을에 부자 친구와 가난한 친구가 살았어요. 어느 날 두 친구는 가까운 산으로 산책을 갔어요. 허름한 옷을 입은 나무꾼이 열심히 나무를 베며 땔나무를 쌓고 있었어요. 나무꾼은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살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어요.

"쯧쯧, 내가 도와주면 금방 부자가 되어 편하게 살 텐데."
부자 친구가 말했어요.
"돈은 많지 않지만 나도 뭔가 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가난한 친구도 말했어요,
"그럼, 저 사람을 누가 부자로 만들 수 있는지 내기 해 볼까?"
"그거 좋지!"

부자 친구가 먼저 시도해 보기로 하고, 나무꾼을 불러 금화, 은화가 가득 든 자루를 주었어요.
"야호, 이제 커다란 집도 짓고, 가구도 사야지."
나무꾼은 기뻐하며 집으로 갔지만 그날 밤 도둑이 들어 돈 자루를 잃어버렸어요.
부자는 다시 돈을 가득 넣은 자루를 주었지만 나무꾼은 또 도둑을 맞고 말았어요.

나무꾼은 다시 부자 친구를 찾아갔어요.
"돈 자루를 세 번이나 주셨지만 저는 아직도 가난합니다."
부자는 골똘히 고민을 하더니 방으로 들어갔어요. 돌아와서는 작은 반지를 하나 나무꾼에게 주었어요.
"이것은 마법의 반지입니다. 이 반지에 대고 소원을 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질 겁니다."

돌아가는 길에, 통나무배를 타고 가던 나무꾼은 반지를 시험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어요.
"반지야, 배고프니 먹을 것을 다오."
통나무배에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찼어요. 나무꾼은 배불리 먹었어요.
"반지야,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으니 바람을 보내다오."

그러자 거센 바람이 몰아쳤어요. 너무 세서 통나무배를 산산조각 내버릴 정도였어요. 나무꾼은 겨우 헤엄을 쳐 살아나왔지만 마법의 반지는 그만 물속에 빠뜨려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부자도 이제 더는 해줄 것이 없다고 손을 들었어요. 그때 가난한 친구가 나섰어요.

"자, 나는 구리 동전 한 잎 밖에 줄게 없어요. 이걸로 시장에 가서 생선 한 마리를 사다가 맛있게 먹고 앞으로 살 일을 생각해봐요."
나무꾼은 실망했지만 시장에 가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생선을 사왔어요. 그런데 요리하려고 생선의 배를 가르고 보니 잃어버렸던 반지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나무꾼은 반지로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대요. 자신을 도와준 부자 친구와 가난한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도 물론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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