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전래동화 - 일본 편
오히라 구니에(일본)

옛날 옛날, 어느 곳에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해 섣달 그믐날 일입니다.
할어버지와 할머니는 둘이서 삿갓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마을에 가지고 가서 팔고, 설날 먹을 떡을 살 생각이었습니다.

"삿갓이 다섯 개나 있으니까 떡 정도는 살 수 있을거야."
"부탁드려요. 그리고, 오늘밤은 눈이 내릴 것 같으니까 조심하세요."
할아버지는 삿갓 다섯 개를 들고 나갔습니다.

집을 나가 얼마되지 않아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점점 심하게 내려서, 할아버지는 부지런히 빨리 걸었습니다.
마을 변두리까지 오니까 지장보살이 여섯이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지장보살의 머리도, 어깨도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할아버지는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지장보살님. 눈이 내려서 추우시지요? 이 삿갓을 써 주십시오."
할아버지는 팔 생각으로 가지고 온 삿갓을 지장보살 머리에 하나하나 덮어 씌워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장보살은 여섯명인데, 삿갓은 다섯 개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본인의 삿갓을 벗고 마지막 지장보살 머리에 씌워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니까 할머니가 놀라 말했습니다.
"어머나, 빨리 돌아왔네요. 삿갓을 다 팔았나요?"
할아버지는 지장보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요. 좋은 일을 하셨네요. 떡은 없어도 괜찮아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날 밤, 한밤중에 이상한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할아버지 집은 어디있어? 삿갓 받은 고마운 마음으로 왔어. 할아버지 집은 어디있어?……."
노랫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서 마침내 할아버지 집 앞까지 왔습니다.
"쿵~쿵"

할아버지 집 앞에서 무언가 내려 놓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곧 모두 사라졌습니다.
할아버지가 조용히 문을 열어보니, 할아버지가 드린 삿갓을 쓴 지장보살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집 앞에는 설날에 먹을 떡이랑 많은 음식들이 산같이 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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