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전래동화 - 베트남 편
람티미한(베트남)

옛날 아주 먼 옛날이었어요.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시냇물은커녕 바닷물까지 다 말라버려 먹을 물조차 구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땅이 쩍쩍 갈라지고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모두 시들시들 말라 가고 있었지요. 참다못한 두꺼비가 땅 밖으로 펄쩍 뛰어나왔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왜 비를 내려 주지 않는지 하늘나라에 올라가 하늘에게 물어 봐야겠어."
두꺼비는 곧바로 길을 떠났어요. 그런데 막 언덕을 지날 때였어요. 게 한 마리가 힘들게 언덕을 오르고 있는 겁니다. 게는 마실 물을 찾고 있었어요.
혼자가기 심심했는데, 마침 잘 됐다싶어 두꺼비는 게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지요.
"그래? 하늘나라에 간다고? 좋아 좋아!"

게는 단번에 두꺼비를 따라나섰어요. 둘은 정답게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시냇가를 지날 때였어요. 물고기 한 마리가 말라 버린 시내 한 가운데서 파닥거리고 있는 거예요. 물고기는 점점 기운을 잃어 가고 있었습니다.
"너도 우리랑 함께 가지 않겠니?"
두꺼비의 말을 들은 물고기는 기운을 차리더니 함께 가겠다고 했어요.

"좋아 좋아. 나도 꼭 따지고 싶었어."
두꺼비는 게와 물고기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두꺼비와 게와 물고기가 숲으로 들어섰을 때였어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긴 혀를 쑥 빼고 앉아 있는 게 아니겠어요?
"호랑이야! 왜 그러고 있니?"
"목도 마르고 너무 더워서. 그런데 너희 들은 어디 가는 거니?"

축 처진 호랑이가 느릿느릿 물었지요.
"왜 비를 내려 주지 않는지 물어보러 하늘나라에 가는 길이야."
두꺼비의 말에 호랑이가 씩 웃으며 물었어요.
"그래? 나도 너희랑 함께 가도 될까?"

이렇게 해서 두꺼비는 게와 물고기와 호랑이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여우와 벌을 만났는데, 여우와 벌도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거예요. 그래서 두꺼비는 게와 물고기와 호랑이와 여우와 벌과 함께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답니다.
"휴우. 다 왔다."

두꺼비 일행은 마침내 하늘나라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하늘나라에 왔다고 모두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천둥신과 겨뤄 이겨야만 했거든요.
"게야! 너는 저 물 항아리 속에 숨어, 여우는 여기에 엎드려 있고 , 물고기는 부엌에 숨어 있어."
두꺼비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자리를 잡았어요. 그런 뒤 두꺼비는 큰 방망이를 들어 하늘나라의 문 앞에 있는 종을 울렸답니다.

"땡! 땡! 땡!"
종소리가 울리자 천둥신이 나타났지요. 천둥신은 두꺼비를 보자마자 닭을 불렀어요.
"닭아, 저 두꺼비를 쪼아 버려라."
천둥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닭이 달려들었어요. 하지만 두꺼비 근처에도 가지 못 하고 여우에게 잡혔지요.

그러자 이번엔 개를 불렀어요. 하지만 개는 한 번 컹 짖지도 못하고 호랑이에게 잡히고 말았어요. 이쯤 되자 천둥신이 직접 나섰어요.
"안되겠다, 내가 직접 상대해 주마."
천둥신은 번쩍거리는 천둥 도끼날을 치켜들고 두꺼비에게 달려들었답니다. 하지만 천둥신이 두꺼비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벌이 날아와 마구 쏘아 댔어요.

"앗, 따가워."
천둥신은 허겁지겁 부엌으로 달려갔어요.
"재를 뿌려 벌을 쫓아내야지. 옳지, 재가 여기 있군."
천둥신은 재를 발견하고 한 움큼 잡으려고 했어요. 이때 부엌에 숨어 있던 물고기가 잽싸게 나와 꼬리를 재에 대고 살랑살랑 부채질을 했어요.
"어이구, 이게 뭐야!"

재를 뒤집어쓴 천둥신은 눈을 씻어 내려고 옆에 있던 물 항아리에 손을 집어넣었답니다. 그때 항아리에 숨어 있던 게가 천둥신의 손을 힘껏 물었지요.
"어이구, 아야."
천둥신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꽁지 빠지게 도망쳤어요. 그러자 하늘나라 문이 스르르 저절로 열렸답니다.

"드디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된 거야."
두꺼비는 하느님 앞에 나가 정중히 인사를 했어요. 그러고는 또박 또박 따지기 시작 했지요.
"하느님. 어찌하여 몇 년이 지나도록 비를 내리지 않으십니까? 지금 저 아래 세상을 물이 없어 모두 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하느님은 두꺼비의 용기에 감탄하며 말했어요.
"오, 그랬구나. 다른 일로 바빠 깜빡 잊고 있었단다. 지금 당장 비를 내리게 하는 용을 보내주마." 하느님의 말을 들은 게와 물고기와 호랑이와 여우와 벌은 만세를 부르며 얼싸 안았답니다.
"참, 앞으로 오래 비가 내리지 않거든 두꺼비 네가 이를 갈아 신호를 보내거나. 그럼 언제든 비를 내려주겠다."

두꺼비 일행이 하늘나라에서 돌아와 보니 정말 땅을 온통 적시고도 남을 만큼 비가 내렸어요. 그때부터 베트남사람들은 두꺼비가 이를 갈면 비가 내린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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